2019년 12월 14일(토)

[설문조사] 변리사 2차 “적정한 난이도 정말 안되나요”
자격시험 수준 벗어난 출제 및 시간 배분 실패 비판


입력날짜 : 2017. 08.03. 17:15

[1714호]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파수꾼이 될 미래의 변리사를 꿈꾸는 수험생들이 다년간의 노력을 무색케하는 부적절한 시험 출제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본지는 지난달 22일부터 23일까지 치러진 제54회 변리사 2차시험 응시생을 대상으로 시험 종료 직후부터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다수가 일부 과목에서 불의타의 비중이 높았던 점, 시험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출제, 일부 선택과목의 지나치게 높은 난도 등으로 자격시험으로서 갖춰야 할 적절한 난이도를 유지하지 못했고, 응시생들의 실력검증에도 미흡했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놨다.


전체적인 체감난이도도 매우 높게 형성됐다. 응답자 열의 여덟이 높은 체감난이도 반응을 나타낸 것. 32.1%의 응답자가 이번 시험이 지난해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응답했으며 49.1%는 “어려웠다”고 대답했다. “비슷했다”는 15.1%, “쉬웠다”와 “아주 쉬웠다”는 각각 1.9%의 응답을 얻는 데 그쳤다.


“수험생의 인생을 건 시험, 보다 책임 있고 정성어린 검토 필요”


이번 시험에 대한 응답자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들어보면 “출제자를 공개하고 문제를 책임 있게 내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조금은 전형적인 문제들도 출제를 했으면 좋겠다”, “선택과목별 난이도 조절의 어려움은 알고 있지만 2시간 내에 물리적으로 전혀 풀 수 없는 시험에 대해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의 꼼꼼하고 정성어린 검토가 요구된다. 수험생 입장에서 인생을 건 시험이라는 것을 인지하면 좋겠다”, “시간 내 서술이 가능한지 가늠하고 출제하길 바란다”, “과락률이 40%를 넘기면 그건 문제를 잘 못 낸 것이다. 제대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불분명하고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문제보다 깊이 있게 서술할 수 있도록 기본 문제를 내야 한다”, “시험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확정 및 선택과목 간 형평성을 개선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시험 관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응답자들은 “올해부터 책상 한 개만 지급돼 법전을 놓을 자리도 없고 답안지도 접어서 작성해야 했다. 물건을 떨어트리는 사람이 여럿 있었고 감독관들도 주워주려 왔다 갔다 하는 등 상당히 불편했다”, “감독관의 태도가 일관되지 않았다. 어떤 감독관은 교실 내의 시계를 보고 시작, 종료 시간을 고지해 스탑워치로 측정한 시간보다 1분가량 일찍 종료된 경우도 있다”, “시험장 화장실 양변기 확보 좀 해달라”, “시험이 매년 열대야가 시작하는 시즌에 하는데 시험날짜를 바꿔달라. 말로만 수험생을 위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수험생들의 불편과 시험 출제의 불공정을 개선하라” 등의 의견을 보였다.


과목별로는 필수과목 중 상표법의 체감난이도가 가장 높게 형성됐다. 응답자의 37.7%가 “아주 어려웠다”, 39.6%가 “어려웠다”고 대답하며 전체 응답자의 77.3%가 상표법에서 애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이다”는 17%, “쉬웠다”는 0.9%, “아주 쉬웠다”는 4.7%의 저조한 비율을 보였다.



이번 상표법 시험에 대해 응답자들은 “도저히 문제를 출제한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누가 만든 문제인지 출제자를 공개해야 한다”, “학원에서 보지 못하던 유형”, “판례 원문을 읽고 이해하는 등 깊은 이해가 없으면 풀기 어려운 시험”, “사실 관계가 불명확하게 제시돼 논점 찾기가 어려웠다”, “법과목 교수가 출제한 문제가 맞나. 외국인이 만든 문제 같았다”, “특허·상표법은 지재법 특성상 해마다 학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바뀌고 실무가 출신 교수는 법리보다 사안 적용을, 법대 출신 교수는 기본 법리를 답안지에 쓰는 것을 중시하는데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나마 절충안으로 학원에 의존하게 되는데 교수들이 이런 지재법의 특성과 수험생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논점과 배점의 부조화로 인해 답안 작성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다수 제기됐다.


특허법, 범위 외 출제 논란…모 대학 특강서 출제 ‘불공정성’ 문제 제기


특허법은 불의타가 문제시됐다. ‘FRAND선언’이 불의타 논란의 중심에 놓였는데 이에 대해 응답자들은 “프랜드 선언 같은 학술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 실무상 중요하다는 이유로 계속 출제된다면 공부 범위를 얼마나 넓혀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프랜드 같은 논점이 시험에 나오는 것은 범위를 이탈할 것이라고 본다. 출제위원들은 특허법의 출제범위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교수의 지식 자랑 또는 무의미한 시험 범위 확장을 통해 수험생 줄 세우기를 할 것이 아니라 교수 자격에 맞는 문제를 내기 바란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특히 한 응답자는 “프랜드 선언은 지법 판례로 대법원 확정판결도 아닌데 이런 문제를 내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험에도 신의칙이라는 게 있는데 특정 교수만 관심 있어 하는 문제는 지양해야 한다. 특히 그 문제는 올해 모 대학 특강에서 모 교수가 특강 문제로 출제한 것으로 수험생들 사이에 불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오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존 특허법의 주요 논점이던 10대 판례에서 문제가 출제되지 않은 점, 간접강제에 관한 문제가 재기출된 점 등도 이번 시험의 특징으로 꼽혔다.


이처럼 불의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 응답자는 “특A급 논점은 거의 출제되지 않았지만 기득 이상이 기본서로 충실히 공부한 경우 작은 문제 한두 개를 제외하면 무난히 풀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학원 GS자료만 보고 들어간 수험생들에게는 굉장히 불리한 시험이었다. 변별력 있게 잘 출제한 것 같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었다.


민사소송법은 필수과목 중 가장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1%가 “보통”이라고 응답했고 “쉬웠다”와 “아주 쉬웠다”도 각각 26.4%, 9.4%로 다른 과목에 비해 많았다. “어려웠다”는 12.3%, “아주 어려웠다”는 2.8%로 다른 과목에 비해 월등히 적었다.


응답자들은 이번 민소법에 대해 “근래 몇 년간 최하의 난이도”, “지난해 문제는 너무 로스쿨식 단답형이었다면 올해는 그래도 예전 스타일을 지향한 것 같다”, “전형적인 문제 위주로 출제돼 실수 여부가 관건이 될 듯하다”, “A급 위주로 출제됐다”, “이 정도 난이도가 유지돼야 수험생들 실력 체크에 딱 좋은 듯하다. 공부한 학생은 잘 생각한다면 풀 수 있는 문제였고 공부가 부족했다면 논점 잡기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응답자는 “쉬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다”,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답안을 작성할 때 고려할 것이 많아 보기보다 까다로운 면이 있었다”, “논점에 비해 많은 배점, 학설의 대립과 판례가 있는 논점이 아니라 뭘 묻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논리적인 답안 작성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무난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 점수는 예상보다 낮게 나올 것”이라는 신중한 평가도 적지 않게 나왔다.


변리사 2차시험은 매년 선택과목의 난이도 조정 문제가 논란을 빚는 시험이다. 선택과목간 난이도 편차는 물론 같은 과목 내에서도 매년 난이도가 급변해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특히 응시생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선택하는 회로이론은 합격선 등락 및 타 선택과목자의 당락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역대급 난이도 회로이론, 일부 응시생들 행정심판·소송 등도 고려중


올해는 회로이론이 급격한 난도 상승을 보이며 회로이론 선택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열의 아홉이 이번 회로이론 시험에 어려움을 느낀 가운데 “아주 어려웠다”를 선택한 비율은 무려 82%(어려웠다 6%)에 달했다. “보통”, “쉬웠다”, “아주 쉬웠다”는 4%, 6%, 2%에 불과했다.



이번 회로이론 시험의 극단적인 난도 상승에 대해 한 응답자는 “54회 변리사시험 역사상, 나아가 역대 기술고시나 시중의 모의고사까지 통틀어서 가장 어려운 극악의 난이도였다. 설문의 보기 중 ‘아주 어려웠다’ 정도로 부족하다. 출제 교수의 의중이 궁금할 정도다. 회로이론 선택자 중 합격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외에 “객관적 공정성을 잃은 시험이다. 적정한 난이도를 통해 좋은 인재를 선발할 기회가 분명히 있음에도 떨어트리기 위한 문제를 출제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언제부터 국가공인시험이 이렇게 운에 좌우되는 시험이 됐나”, “2시간 내에 풀 수 없는 시험이자 변별력을 전혀 가릴 수 없는 문제였다”, “출제 교수는 타과목과의 형평성을 생각하고 냈어야 했다. 서술과목은 어느 정도 부분 점수라도 받지만 회로이론은 답이 틀리면 끝나는 건데 이번 회로이론은 답을 낼 수조차 없었다”, “이번 시험을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이 과연 2시간 내에 풀어낼 수 있는지 심히 의문이 든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같은 불합리한 출제에 반발한 일부 응시생들은 행정심판이나 소송, 민원제기, 이의신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할 계획도 전했다.


회로이론과 같은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데이터구조론, 유기화학, 화학반응공학, 제어공학 등도 매우 높은 체감난이도를 나타냈다.


먼저 제어공학은 응답자의 91.6%(아주 어려웠다 83.3%, 어려웠다 8.3%)가 높은 난이도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어공학 선택자들은 “제어공학 선택하지 말라고 낸 건지 궁금하다”, “3년간 어렵게 내면 제어 선택자들은 합격하지 말란 소린가”, “2시간 안에 다 푸는 게 불가능한 문제” 등의 견해를 보였다.


유기화학은 76.5%(아주 어려웠다 41.2%, 어려웠다 35.3%)의 응답자가 높은 체감난이도를 형성했다. 유기화학 선택자들은 “역대급 난이도였다”, “시간 내에 서술 불가능”, “손도 못 댄 문제들이 많았다”, “하나의 실수로 인해 계속되는 오답이 나오도록 하는 불합리한 방식으로 문제가 구성됐다”, “문제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설명이 많고 입체 선택에 헷갈리는 게 많아 고득점자는 별로 없을 것”, “지난해처럼 어이없는 이유로 점수를 깍지 않기를 바라고 부분 점수를 줘야할 필요가 있는 문항은 줬으면 한다” 등의 평을 내놨다.


화학반응공학은 응답자 모두가 “어려웠다”고 답했고 데이터구조론은 33.3%가 “아주 어려웠다”, 66.7%가 “어려웠다”고 대답했다. 화학반응공학에 대해서는 “열역학인지 일반화학인지 반응공학스러운 문제가 거의 없었다. 소문제도 너무 많았고 여러 번 꼬아놓았다”는 의견이 나왔고 데이터구조론에 대해서는 “기본교재의 본문과 모든 내용을 꼼꼼히 숙지해야 하는 시험이었다. 알고리즘 영역으로 확장하지는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역대급으로 어려운 시험이었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디자인보호법의 경우 어려웠다는 반응(아주 어려웠다 8.3%, 어려웠다 41.7%)이 절반가량의 분포를 보였다. “보통”은 41.7%, “쉬웠다”는 8.3%였다. 디보법 선택자들은 “문제가 너무 많아 2시간 내에 작성하기 어려웠다”, “사안 포섭할 내용과 쓸 게 지나치게 많았다”, “문제 출제 시 페이지에 걸리지 않도록 해 달라. 보기 불편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열역학과 섬유재료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열역학은 응답자의 80%(보통 40%, 쉬웠다 20%, 아주 쉬웠다 20%)가 무난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려웠다”는 응답은 20%를 차지했다. 열역학 선택자들은 “문제 1번이 애매했다”, “1번이 정확한 답을 내기 위해 너무 많은 계산 단계와 체크를 해야 하는 문제로 출제됐다. 이런 문제가 1번에 나오면서 초반부터 느끼는 압박감이 컸다” 등의 평가를 했다.


한편 난도 조절 실패 및 과목간 편차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번 시험의 결과는 오는 11월 8일 발표된다. 지난해의 경우 합격선은 전년도에 비해 4점 상승한 58.25점으로 형성됐다. 응시대상자 1,251명 중 1,155명이 실제로 시험을 치러 211명이 합격자 명단에 오르며 합격률은 전년(19.3%)대비 소폭 하락한 18.2%를 기록했다.

안혜성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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