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화)

4. 숭타촌(松塔村) 검문소에서의 하루


입력날짜 : 2013. 07.23. 16:11

티베트족 꼬마 \'체링\'


숭타촌(松塔村) 검문소를 처음 보았을 때는 너무 허접하고 저렴하게 생겨서 검문을 하는 공안원이 없을 줄 알았다. 혹, 있더라도 왕래가 별로 없는 지역이라 제대로 검문을 안 하고 통과가 될 줄 알았다.

만약 검문을 하더라도 띵따마지아에서 막달레나 할머니가 차와룽에 외국인도 갈 수 있다고 했으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고 혹시 못가게 하더라도 운전기사인 요안나 아줌마가 검문소와 어느 정도 관시가 있어서 그 빽으로 통과할 줄 알았는데....웬 걸~~

허술하게 생긴 검문소


워낙 오지에 있는 검문소라 그런지 정식 공안원은 없고 밭에서 일을 하던 동네 청년이 부리나케 뛰어 오더니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였다. 중국인인 류빠오첸이 신분증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 거리며 어디까지 가냐고 묻고는 신분증을 돌려 주었다. 이제 됐나 싶었는데 그 청년이 나를 빤히 보더니 내게도 신분증을 달라고 하였다.

여권을 꺼내서 보여주니 읽지를 못해 앞으로 보고 뒤로 보고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에 비자 부분을 보여 주며 이게 ‘차와룽’에 갈수 있다고 중국정부가 내준 허가증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이 티베트 청년은 여권은 물론 비자에 있는 한문조차 읽지를 못하기에 비자에 씌여진 中華人民共和國 (중훠런민꽁화궈)를 류빠오첸이 읽어 주며 허가증이 맞다고 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공안국에 전화를 하였다.

이 지역에는 외국인은 거의 안오기 때문에 이 청년은 여권을 처음 보았고 글씨도 잘 읽지 못하는데 우리가 허가증이라고 우겨대니 처음 본 증명서라는 생각에 공안국에 전화를 해서 하는말이 ‘이상한 증명서를 든 한국인이 왔는데 어떻게 하냐?’고 문의를 하는 것이다. 그러자 공안국에서는 무슨 증명서인지 직접 확인을 해야 한다며 공안이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였다.

검문소에서 솥을 빌려 라면을 끓여 먹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공안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이 검문소를 지키던 청년 셋이 식사를 하려고 준비를 하였다. 우리도 배가 고파서 라면을 끓이려고 하니 그릇도 불도 없어서 부탁을 하니 검문소 부엌에 있는 화로에 물을 끓이라며 대야 비슷한 솥을 하나 주었다.

그런나 고도가 높아서 물이 끓긴 하지만 물 온도가 100도 까지 안 올라간다. 마치 한국에서도 설악산 같은데 가서 밥하면 밥이 설익는 것과 같은데 라면을 계속 끓이니까 익지는 않고 불어 터진 컵라면처럼 되었다.

라면을 먹고 있는데 한국인이 왔다는 소문에 온 동네에 퍼진 듯 동네 애들은 물론 아줌마들에 아가씨들까지 구경을 왔다. 예쁘장하지만 때가 꼬질꼬질한 소녀 ‘체링’은 말을 시키면 부끄러워 고개를 외로 꼬면서도 우리가 신기한 듯 계속 검문소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숭타촌 마을로 넘어가는 현수교


기다리기 지루해서 촬영도 할 겸 숭타촌 마을 구경을 나섰다. 검문소를 지나 한참 올라가니 건너 마을로 넘어가는 현수교가 있고 옆에 溜索(류쉐)가 있다. 원래 류(溜)는 “방울져 떨어지다”는 의미이고, 삭(索)은 “동아줄”이라는 의미로 외줄을 타고 강을 건너는 모습을 표현 한 것이다.

건기에 잔잔하기 그지없는 옥빛 노강이 우기가 되면 미친듯이 흐르기 때문에 교각이 있는 다리는 견디지 못하고 떠내려가기에 노강의 다리는 전부 교각이 없는 현수교이고 왕래가 드문곳은 외줄 와이어인 류쉐를 설치해서 건너 다닌다.

차마고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통행수단중의 하나가 절벽의 바위에 난 길과 이 류쉐인 것이다. 예전에는 다들 이 외줄을 타고 건넜지만 지금은 대부분 현수교가 설치되어 있고 류쉐를 타려면 마을 주민을 불러 돈을 내고 타야 한다.

한참을 놀다가 다시 검문소로 오니 아직도 공안은 오지 않았고 검문소 청년에게 공안이 언제 오냐고 물으니 자기도 모른다고 한다

이렇게 류쉐를 타고 가는건 일부러 부탁해서 해야 함


시간은 자꾸 흘러 기다린지 3시간... 이러다 해가 지면 워낙 길이 험해 오도 가도 못할 것 같고 기다려서 공안을 만난다 할지라도 통과 시켜 줄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판단을 하고 삥중뤄로 돌아 가기로 하였다.

우리가 돌아간다고 하자 검문소 청년이 다시 올꺼냐고 묻기에 "안와 임마..‘ 라고 하자 다음에 꼭 오라고 한다. 몇 시간 동안 같이 있으면서 정이 든건지 아니면 동료 여행자인 조선생 보고 예쁘다고 칭찬을 하더니 다른 속셈이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만약 조 선생 때문 이었다면 처음 검문소에 도착할 때부터 조 선생을 앞 세워서 미인계를 쓸 껄 잘못 했다고 하자 조 선생은 파안대소를 하며 좋아 한다.

떠나기 직전, 검문소 청년들 하고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다음에 여길 다시 오게 되면 혹시 얼굴을 잊어버릴 수 도 있으니 이때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들고 와서 "니가 다음에 오면 통과 시켜 준다고 했자나..!!" 라고 해야지...

차마고도를 함께한 동료여행자들과 검문소 청년들


먼지를 일으키며 숭타촌 검문소를 떠나는 우리 차 뒤에서 청년들은 한참동안 손을 흔들었다. 그래...언젠가 다시 보자..

저자 : 여행 칼럼니스트 조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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