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화)

인생은 항상 작은 신호들로 가득했지만..


입력날짜 : 2013. 07.17. 17:04



"종로 2가에서 모인후 거기서 버스타고 갈꺼야"
그러자 H는 "종로 2가가 어딘데..?" 라고 물었다.
종로2가를 모르는 사람이 존재 한다는게 의아했다.

1호선 타고 오면 돼 라고 대답을 해 주었는데
약속장소에 그녀는 30여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이유인즉, 종로2가역이 없어서 동대분까지 갔다 왔다는 것이다.

종로2가역이라 부르지 않고 종각역이라 부른다는 것까지 가르켜 주었어야 하는데..
대학생이 되도록 종로를 한번도 와보지 못한 시골 사람이 있다는건 생각 못했다.

내가 군을 마치고 복학을 했을때 그녀는 대학원을 다니며
학부에서 조교를 하고 있었다.

복학수속을 마치고 그녀의 과사무실에 들리니 커피를 한잔 주면서
군생활 하느라 고생 했다며 때늦은 위문을 하는 그녀에게 치사하게 면회 한번 안왔냐au 투정을 하니
"오라고 했으면 갔을텐데 어디서 근무하는지 연락도 없었자나" 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4학년때 그녀는 대학원을 마쳤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리고 아주 긴 세월이 흐르고...
어느날, 낯선 전화 하나가 걸려왔다.

"나 H야"
미국으로 간지 십수년만에 잠시 귀국을 한 그녀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내 연락처를 알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어떻게 사냐..잘 지내냐..등등..일상적인 대화가 오가고..

종각에서 만나던 날, 소나기가 내렸다.
우산속에 반쯤 몸을 가렸지만 난 H를 한눈에 알아 보았다.

세월이 그녀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지만
목소리만은 아직도 스무살 때처럼 여린 목소리였다.
그러나 웬지 서먹서먹하고 머쓱한 느낌이 드는걸 피할수는 없었다.


인생은 항상 작은 신호들로 가득했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그게 신호인줄을 몰랐다.

그렇게 지나 가는게 인생일 것이다.


photp by ch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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