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화)

2012, 제54회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수기 - 박지원


입력날짜 : 2012. 12.06. 18:07

2012년도 제54회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수기

박지원(서울대 경영학과 2년 재학)

“반성은 하되 자책 대신 자신감을 가져야...”





Ⅰ. 들어가며

최연소 합격을 해서 수기를 쓰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 보았는데 이런 일이 현실로 다가오다니 다시금 꿈만 같습니다. 수험기간이 길지도 않았던 제가 경험담을 쓴다는 것이 스스로 건방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단기간의 합격을 꿈꾸는 수험생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여 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우선 1년 4개월간 각 시기에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였는지 말씀드리고 기타 참고사항들은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Ⅱ. 1차 공부기간

1. 2010년도(1학년 때)
1학기 때는 고등학교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대학생활을 즐기기에 바빴습니다. 1학년은 사실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른 시기라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사법시험이 수년 안에 폐지될 예정이기에 이른 시기에 시험 도전에 대한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법조인의 꿈을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께서도 하루빨리 사법시험을 도전해 보기를 바라셔서 1학년 여름방학 중 어느 날 처음으로 고시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로스쿨에 가는 것이 낫지 않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거나 도전을 말리던 것과 달리 학원에서는 열심히 하면 2년 만에 합격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아는 선배 중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께 어떤 교재를 보아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비법대인데다 주위에 법 공부하시는 분이 거의 안 계셔서 조언에 따라 소위 ‘대세’라는 책을 구입하는 것 외에 달리 선택의 길이 없었습니다. 민법은 지원림 교수님 저(이하 존칭 생략), 형법은 신호진 저, 헌법은 정회철 저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커녕 학교 학점을 가득 채워 듣고 있던 시기여서 사법시험 기본서들은 한 번 펴본 이후에는 구석에서 먼지만 쌓인 채 1학년 2학기가 지나갔습니다. 이후 겨울방학도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며 보내버렸습니다.

2. 2011년 1학기(2학년, 본격적인 공부 시작)
2학년이 되면서 마침 CPA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친구가 있어 마음이 맞아 같이 자취를 하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경우 함께 공부하는 룸메이트가 있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 방에서 나란히 공부했는데, 옆에서 친구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 자극과 위안이 되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사법시험이 곧 폐지되는 문제도 있는데다가 한 번에 해치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2012년 동차 합격을 노리기로 각오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휴학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되어 12학점(전공 2개, 교양 2개)을 수강신청 하였습니다. 대신 학교수업으로 인한 방해요인을 되도록 줄이기 위해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고 공강을 줄여 학교에서 최소한의 시간을 보내도록 하였고, 또한 수업은 충실히 듣되 과제나 시험공부에 투자하는 시간 또한 최소화하였습니다.

선배의 조언을 따라 민법 공부를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태섭 강사의 기본강의를 인터넷 강의로 들었는데, 시간이 풍부하지 않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강의를 들어야 했습니다. 강사님의 말 속도에 따라 더 느리게도, 빠르게도 들었지만 기본적으로 1.4배속 정도로 강의를 들었고, 시험기간이거나 특별히 바쁜 날이 아니면 매일 학원 하루치 강의씩은 듣도록 노력했습니다. 주말에는 외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에 이틀, 삼일 치 강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학원 스케줄보다 약간씩 빨라져서 주로 한해 지난 강의를 들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루에 며칠 분량을 몰아 듣는 경우에는 하루치를 연속해서 듣고 난 후 혼자 그 내용을 복습하고 다시 인강을 듣는 식이었습니다. 복습 시에는 처음에는 개념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실전문제를 다루기보다는 기본서를 집중해서 이해하고 읽는 식으로 하였습니다.

비법대여서 법학 학점이 없다 보니 독학사 시험과 병행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35학점을 모두 독학사로 이수하기로 마음을 먹은 터라 독학사 2차 시험이 있던 5월 말까지 독학사 범위를 공부해야 했습니다. (1차는 대학 수업 수강으로 자동 충족된 상태였습니다) 독학사 강의가 따로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법시험 공부와 같은 내용이기에 기본강의로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차 시험에 민, 형, 헌 세 과목을 모두 응시해야 했기 때문에 민법총칙, 물권법까지 듣고 나서 당분간 형법 강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형법 또한 총칙까지 듣고는 헌법으로 넘어갔습니다. 결국 5월 말까지 민법총칙, 물권법, 형법총칙, 헌법 기본권 파트까지 강의를 모두 수강하고 독학사 시험 일주일 전부터 인터넷으로 기출문제를 알아본다는 식의 방법을 병행하여 독학사 대비를 한 끝에 무난하게 2차 시험을 통과하여 15학점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3. 2011년 여름방학
독학사 1차 시험이 끝나고는 우선 헌법 뒷부분 인강을 마저 듣고 난 후 다시 민법으로 돌아와 채권부분 강의를 들으려 하던 터에 우연히 김동진 강사의 맛보기 강의를 접하게 되었고, 저와 잘 맞다고 생각하여 약간의 고민 끝에 채권부분부터는 김동진 강사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학교 공부와 병행하며 같은 방식으로 형법각칙 기본강의를 마쳤을 무렵 종강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2학기부터 휴학을 결심하고 있었고, 당장 8월 중순에 있을 독학사 3차 시험의 대비와 함께 내년에 있을 사법시험 2차에 대해 계획을 잘 짜서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우선 여름방학 동안 약간의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민사소송법 예비순환 강의를 미리 들어놓기로 결심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기위해서 독학사 3차에는 헌Ⅱ,민Ⅱ,형Ⅱ에 이어 민사소송법까지 총 4과목을 등록했습니다. 민사소송법은 이시윤 저를 기본서로 삼았고 박승수 강사의 기본강의를 들었습니다. 이 때 역시 시간이 부족해 약 12일에 걸쳐 압축적으로 강의를 수강했던 것 같습니다. 독학사 3차 시험은 2차 때와 비슷하게 대비한 결과 20학점 취득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 3법은 기본적으로 회독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공부를 해보니 1회독 정도 해보았자 한두 달 지나고 다시 보면 목차정도만 겨우 기억날 정도로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원의 여름방학 스케줄이 판례 공부에 맞춰져 있는 만큼 헌법과 형법 판례강의도 인강으로 빠르게 수강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강의를 들음으로 인해서 강제로 진도를 나가게 된다는 것과 혼자 공부하는 것 보다 덜 지루할 수 있다는 이점을 제외하면 실력 향상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민법의 경우 판례강의는 듣지 않았지만 권순한 저 객관식 판례민법을 구입해 틈틈이 풀어보았습니다. 모르는 판례도 많았고 틀리는 문제도 수두룩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틀린 문제를 학습하였습니다. 민법이 워낙 방대하고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터라 민법에 있어서는 특히 반복학습을 철저히 실천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동안에도 민법의 각 파트가 잊혀 갈 무렵 다시 하루에 한두 시간씩 짬을 내어 복습을 함으로써 머릿속에 붙잡아 두는 동시에 전체적인 이해의 틀을 굳혀 나가려고 했습니다.

독학사 시험이 끝나고는 9월 진모기간이 시작하기 전까지 약 3주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은 선택법 기본강의를 듣고 상법 예비순환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선택법은 공부량이 적다는 국제거래법을 선택하였고, 약 4일에 걸쳐 이승현 강사의 기본강의를 인강으로 들었습니다. 상법은 김혁붕 저를 사용했고, 강의 또한 김혁붕 강사의 것을 수강했습니다. 결국 1차 기간 동안 후4법 중 민소법과 상법을 미리 공부해 놓은 셈인데, 특별한 선택 기준은 없었고 그나마 친근하다고 생각되는 과목을 선택한 것입니다. 요약해보자면 진모 기간이 시작하기 전에 각 과목이 2회독 내지 3회독 정도 되어 있었고 부수적으로 판례공부를 약간씩 더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4. 2011년도 2학기 (진도별 모의고사 기간)
여름 방학 내내 자취방에서 두문불출하는 것에 지쳐 있던 저는 별다른 고민 없이 실강으로 진도별 모의고사를 수강하고 공부장소도 독서실로 옮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약 3달 간 아침 일찍 학원에 가서 모의고사를 본 후 해설 강의를 듣고, 점심시간부터는 쭉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밤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민법 진모 첫날 반 페이지에 육박하는 지문 길이에 시간이 부족해 마지막 한두 페이지를 미처 풀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문이 길다 보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판례 문구나 문제유형 등에 익숙해지고 실전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첫날 성적이 저조했던 것과 달리 실전감각을 익혀나가고 꾸준히 예습, 복습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점수가 올라 후반부에는 민법에 대해 꽤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여전히 기본서 회독 수에 주력했습니다. 특히 다음날 모의고사 시험범위를 그 전날 예습해 그날그날 연명하는(?) 식의 공부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며칠씩 범위를 당겨 미리 예습을 해 놓았습니다. 다만 여름방학 때 풀던 객관식 판례집을 다시 한 번 풀어보는 식으로 다음날 모의고사 범위를 대비했습니다. 또한 민법의 경우 공부하는 내내 습관처럼 한글로 된 법전을 찾아보며, 암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용을 확실히 알아두도록 노력했습니다. 진도별 모의고사 문제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우선 해설 강의를 들을 때 틀린 문제나, 맞춘 문제 중에서도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확실하게 표시해 두고 메모해 두어 눈에 띄도록 했습니다.

민법 다음 순서인 형법은 기본강의 때부터 제가 어려워하던 과목이었습니다. 특히 총칙 부분은 이해 자체가 어려운 학설도 더러 있는데다가 한 번 이해를 해 두어도 다시 헷갈리고, 각칙 부분에는 판례가 너무 많아 공부를 해도 자꾸 원위치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대한 이해를 해 본 후 철저히 암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나서, 결국 이 문제도 기본서 회독 수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극복했습니다. 추가적인 실력 향상을 위해서 시중에 있는 교수 출제 문제집도 한 권 사서 진모와 병행하며 풀었습니다. 헌법 역시 기본서를 중심으로 예습, 복습을 해가며 진도별 모의고사에 응하였고, 문제집도 한 권 사서 같이 풀었습니다.

진도별 모의고사 기간 중 빠진 날은 하루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강사님들께서 흔히 매일 공지되는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과 등수에 연연하지 말라고 충고하시는 것과 달리 저는 매일 제 점수와 등수를 확인했는데, 저에게는 오히려 그 편이 자극도 되고 피드백도 되어 느슨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택법의 경우 국제거래법은 조문 위주의 학습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터라 작은 조문집을 들고 다니면서 통학시간 버스 안에서 활용하였고, 그 외에는 선택법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5. 2011.12 중순 ~ 1차 시험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는 쳇바퀴 같은 생활에 지쳐 1차 시험 전까지의 기간은 대구에 있는 집에 내려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유혹을 최대한 없애고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서 컴퓨터 치웠고, 그 무렵 휴대폰도 정지시켰기 때문에 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공부를 하거나 자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방에서 공부만 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는데, 뒤돌아보자면 이 시기가 제 수험기간을 통틀어 가장 열심히 공부한 때가 아니었나 합니다. 남은 2달을 어떻게 이용할 지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은 세워 두었지만 8-4-2-1 등의 공부방식을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저만의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각 과목간의 강약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학원강의 또한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 같아 최신판례강의를 제외하고는 강의를 듣지 않았습니다.

각 과목의 구체적인 공부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1월부터 국제거래법의 공부시간을 매일 아침 30분~1시간으로 늘렸습니다. 조문 위주의 학습뿐 아니라 기출문제를 풀어보거나 기본서를 조금씩 읽는 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또한 조문을 mp3파일로 다운받아 잘 때 들었는데, 학습 효과뿐 아니라 빨리 잠을 들게 하는데도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본 3법의 공부 방법은 기본적으로 진모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점점 암기가 되어 가고 전체적인 틀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자주 실수하는 부분, 헷갈리는 판례들이나 조문들을 비교, 정리해서 메모해 두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책의 앞장에 빼곡히 메모해 나갔는데 시험 직전에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스스로 공부하는 일상이 느슨해지지 않기 위해서 기출문제와 실전 모의고사를 준비해 두고 집중이 안 될 때 시간을 정해놓고 풀었습니다. 또한 헌법의 헌정사와 같이 세세한 암기 내용들도 더 이상 미루지 않기 위해 암기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마지막 두 달여 동안은 각 과목을 반복 학습하여 빈틈을 메워 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여전히 기본서를 중심으로 했으나 점점 읽는 속도를 늘려가는 한편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강약을 주어 가며 읽었습니다. 또한 진도별 모의고사 문제나 그때까지 풀었던 문제집에서 틀린 문제들은 반드시 이해하고 암기하여 다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집에만 있다 보니 한없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스탑워치로 공부시간도 재기 시작했습니다. 재지 않은 날도 많았고, 잰 날들 간에도 편차가 컸지만 평균적으로는 14~5시간 정도씩 공부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수험기간을 통틀어 의도적으로 잠을 줄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고 일어나서 맑은 머리로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 직전 일주일은 전체적으로 전 범위를 훑으며 아직 암기되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을 머릿속에 확실히 넣는 기간이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며 각 과목 기본서를 하루 또는 이틀에 걸쳐 다시 한 번 읽었고, 정리해 둔 내용이나 문제집, 기출문제 등에서 틀린 것들도 빠르게 훑었습니다. 시험 당일에도 휴식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마지막까지 공부한 결과 3법 평균 약 92점의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Ⅲ. 2차 공부기간

애초에 동차 합격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1차 시험 후 휴식을 취할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4일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어떻게 하면 단기간 안에 합격선을 넘는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학원 3순환 일정을 실강으로 따라가기로 마음먹고는 곧 서울로 올라와 신림동에 자취방을 얻었습니다. 3순환 시작 전까지 약 2주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아직 듣지 못했던 행정법과 형사소송법 예비순환을 인강으로 듣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으나 1차 시험이 끝났다는 데 대한 안도감과 새로운 환경으로 인한 낯설음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아 행정법만 겨우 완강했습니다.

그 후 3순환 동안의 공부 방법은 다른 수험생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3순환 기간 동안 각 과목별 진도를 따라가기에도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저의 경우 워낙 다른 과목들도 공부가 안 되어있다 보니 짬을 내어 다른 과목 공부도 틈틈이 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전체적으로 3순환 내내 진도가 밀리지 않기 위해서 다음 과목이 시작하기 전, 즉 그 전 과목이 약 2,3회 정도 남았을 때부터 다음 과목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진도가 버거워 과목이 넘어갈수록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기본적으로는 새 과목 시작 전에 그 전 과목 공부를 멈추고 새로운 과목을 전체적으로 한 번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하루에 한두 시간씩이라도 시간을 내어 후4법 중 부족한 과목을 기본서나 사례집을 통해 보충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질 무렵 조금씩이라도 다시 복습하여 기억을 되살리는 식의 공부 방법은 단기간 학습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민사소송법은 그 전 해 한번 들어 두기는 했지만 많이 잊어버린 상태여서 3순환 답안지를 써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일단 첫날 학원에 가서 뭔가를 써 내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창한 저 사례집을 사서 3순환 시작 전에 빠르게 1회 정독하며 답안 구조를 파악하는 동시에 학설이나 판례 등 내용도 기억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3순환 동안에는 요약서로 모의고사 직전 범위를 매일 예습했고, 사례집 회독 수가 늘어가면서 점차 혼자 목차를 구성해 보는 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답안 작성 시 형식적인 부분은 생각보다 빨리 향상되어 몇 회가 지나고 나니 다른 답안지들과 비슷할 정도의 외형은 갖추게 되었습니다.

행정법은 박균성 저 기본서와 박정훈 저 사례집을 사용했고, 기본서가 워낙 두꺼워 주로 사례집을 여러 번 읽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날그날 모의고사 범위는 류준세 강사의 워크북을 이용해서 예습했습니다. 상법은 김혁붕 저 사례집을 사용했으나 분량이 적은 느낌이 들어 기출문제와 2순환 문제를 구입해 두었습니다. 상법의 경우 양이 많고 조문을 찾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의외로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타 과목에 비해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형사소송법은 아예 공부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라 3순환 형사소송법이 시작하기 몇 주 전부터 틈틈이 인강으로 예비순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형사소송법 강의안을 기본서로 하였고 강의 또한 정주형 강사의 것을 들었습니다. 이 당시 진도에 치어 결국 형사소송법 3순환 강의가 시작할 무렵까지 강의를 끝내지 못해 예비순환을 들으면서 동시에 3순환을 듣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모의고사 점수는 저조할 수밖에 없었지만 따라간다는 데 의의를 두었고, 다만 그 와중에 정주형 저 사례집을 구입해서 단기간에 읽어보도록 노력했습니다.

기본 3법은 그나마 심리적 부담이나마 덜했습니다. 2차용 기본서는 따로 사지 않았고 사례집만 한 권씩 장만했습니다. (헌법 정회철 저, 형법 이재상 저, 민법 윤동환 저) 1차 시험 공부와는 포커스도 다르고 공부 방법도 다르기는 했지만, 내용이 나름대로 머릿속에 남아있어 사례집으로 사례구조를 파악하는 훈련을 하면서 3순환을 통해 답안 작성 연습을 꾸준히 했더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민법은 1차 때 기초를 탄탄히 쌓아 두는 것이 2차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렵사리 3순환이 끝나고 2차 시험이 약 한달 앞으로 불쑥 다가왔습니다. 저는 1차 시험 직전에 공부한 것처럼 최대의 공부량을 뽑아내기 위해 4순환은 듣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자취방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답안지를 넉넉히 준비해 두고 적어도 2,3일에 한 번씩은 구해둔 2순환 문제나 기출문제를 직접 풀어보았습니다. 모든 과목을 2순환 문제와 기출 문제를 다 다루어본 것은 아니고, 각 과목별로 사례집이 얼마나 풍부한지, 기출문제가 어느 정도 실려 있는지를 봐서 몇 과목만 추가적인 사례를 다루었습니다. 각 과목별 공부시간 분배에 있어서는 4-2-1을 시도했으나 이 방법을 완전히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기본3법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과목별로 상황을 보아 가며 조정하였습니다.

시험을 한 달 앞둔 이 기간은 저의 전체 수험생활을 통틀어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동차 합격에 대한 열망은 너무나도 컸던 데 비해 두문불출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만 하는 일상은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1차 시험 때와 달리 스탑워치로 시간을 재는 것도 포기했을 뿐 아니라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아 영화를 다운받아서 보거나 dmb를 시청해 버린다거나, 울며 시간을 보낸 적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꾸준히 공부를 해 나갔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이 시간들을 이겨낸 것이 신기하지만, 당시로서는 합격에 대한 열망이 컸고 한 달만 지나면 이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이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2차 시험이 다가왔고 저는 자취방과 거리가 먼 곳에 배정을 받아 아예 그 근처에서 4일 동안 묵으며 시험을 치렀습니다. 책은 되는대로 캐리어에 다 챙겨 갔습니다. 시험 기간 4일 동안은 기본서나 요약서를 한 번 훑고 3순환 문제를 빠르게 다시 한 번 본다는 원대한 계획은 세웠으나 막상 그날 시험을 치고 오면 진이 다 빠져서 오후 내내 자버리고 새벽에 일어나 기본서 일부분을 겨우 읽고 그 다음날 시험 직전에 요약서를 붙들고 한 글자라도 더 암기하려고 애태웠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 시간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문제를 읽으려고 노력했으나 1문이 너무 길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2문부터 풀고 시간을 남겨 1문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하는 것이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전날 아무리 못 친 것 같아도 포기하지 않고 각 과목에 최선을 다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2차 시험이 끝나고는 엄청난 해방감에 두어 달을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고, 그 후 불합격의 우려 때문에 스터디를 하기는 했으나 복학을 하며 사실상 공부할 시간이 별로 나지 않아 열심히 하지는 못했습니다. 합격소식을 듣고는 기쁨과 안도감에 난생 처음으로 기쁨의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Ⅳ. 기타 참고사항

굳이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법을 꼽자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최대한 많은 시간을 공부에 활용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동시간이나 기타 일상 활동을 하는 시간에도 가능하면 작은 암기장 같은 것을 만들어 활용했고, 친구들과 만나서 놀거나 하는 등으로 몇 시간을 보내 버리면 그 시간 뿐 아니라 집이나 독서실에 돌아온 후에도 계속 집중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친구들과 연락도 가급적 줄였습니다.

체력관리 측면에서도 따로 헬스장을 다니기 보다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학원에서 집까지의 통학을 때때로 버스 대신 걷는 것으로 대체한다거나 집에 작은 운동기구를 갖다 놓고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하는 식으로 하였습니다. 또한 운동 부족으로 체력이 약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가급적 군것질을 줄이고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슬럼프 극복 방법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딱히 슬럼프가 있었다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수험생활로 인해 힘들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수험생활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슬럼프는 심리적인 현상인 만큼, 심리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공부가 안 될 때는 자버리거나 일기를 쓰거나 부모님과 통화하며 위안을 얻기도 했지만 결국은 목표를 생각하며 독한 마음으로 스스로의 슬럼프를 극복해야 한다고 봅니다. 합격 후의 나 자신의 모습과 주위 사람들의 기쁨을 상상해 보는 것이 목표의식을 뚜렷이 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성은 하되 자책 대신 자신감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Ⅴ. 나가며

1. 수기를 마치며
공부 방법을 최대한 자세히 적어 보려고 노력했는데, 참고는 하시되 저의 방법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각자 성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내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면 반드시 합격의 기쁨을 맛보시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또한 사실상 시험 합격에 있어 공부 방법보다는 공부량이나 심리적인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지, 실천력, 목표의식과 같은 부분들은 누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주위에서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을 생각하며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2.감사의 말씀
주위에서 저를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수험기간 내내 저를 격려해주시고 믿어 주시던 부모님께 그간의 신경질에 대해 무한한 죄송함을 느끼는 동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록 친구들과 연락을 의도적으로 끊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응원해 준 저의 룸메이트 정민이를 비롯한 대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에게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또한 힘들었던 2차 시험 준비기간을 함께하며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준 연우 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내년에 꼭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기원한다는 한마디를 하고 싶습니다. 형철 오빠, 영원 언니, 종욱 오빠, 수임 언니를 비롯해 수기를 읽어주신 수험생분들 모두 내년에 합격의 기쁨을 맛보시기를 바라며 이상으로 수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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